“당돌하고 꽤 깜찍하군. 이런 면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짐작도 못 했어. 왠지 뒤통수를 맞은 것 같군.” “그런가요?” 그가 느른히 기댔던 상체를 바로 세웠다. “나도 조건을 말해볼까?” “네.” 민영은 흔쾌히 대답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태오가 한쪽 눈썹을 삐딱하게 추켜올렸다. “아내 역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 것 같아?” “글쎄요.” 민영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대를 잇는 것.” “…….” 민영의 동공이 점점 확대돼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