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덩굴 같은 선을 긋고 물러서는 그녀, 박태영. 그리고 그 선에 끊임없이 상처 입고 다쳐도 부딪치는 그, 서준하. “친구 따위가 아니라고! 넌 절대 나한테 친구가 아니야. 넌…….” 기억이라는 것이 존재하던 순간부터 태영만 보며 산 그에게 봄바람이 부는 날이 올까 블라우스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가슴을 가린 앙증맞은 속옷도 그녀의 몸에서 분리됐다. 남은 건 역시나 평범한 청바지. 그는 거침없는 손길로 바지까지 벗겨 냈다. 유일하게 남은 건 그녀의 성지를 가린 작은 속옷 한 장뿐이었다. 태영은 몸에서 옷이 모두 사라지자 뒤늦게 부끄러운 듯 가느다란 팔을 교차해 가슴을 가렸다. “가리지 마. 보고 싶어…….”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댄 그가 나지막하게 속삭이며 남은 속옷까지 모두 벗겨 냈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태영의 나신은 상상보다 더 부드럽고 연약했다. 조금만 힘을 주면 힘없이 망가질 것처럼. 하지만 연약하기 때문에 더 끌렸다. 언제나 그랬다. 잘 넘어지고 잘 부딪치고 잦은 병치레를 했던 태영이었으니까. 그래서 더 안달이 났다. 안아 달라고 그에게 안겨 오는 태영을 보면서 걱정이 앞서는 반면, 여리고 순결한 태영을 향해 거친 욕망이 다글다글 끓었다. “안아 줘, 준하야. 더……. 응?” 태영이 다시 보챘다. “그래.” 칭얼거리듯 보채며 품속으로 파고들어 오는 태영. 준하는 어느덧 옷을 모두 벗고 있었다. 그녀의 몸속으로 진입하기 직전, 태영의 눈을 바라봤다. 까만 눈망울이 몽롱하게 젖은 채 그를 다시 부추겼다. 그는 남아 있던 망설임을 집어던지며 그녀의 안으로 깊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