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가 잘생기면 뭘 한답니까? 도대체 그까짓 권력이, 가문이 뭐라고…….” 여자로 태어나면 모두 가문을 위해서 희생하며 정략혼을 해야 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녀는 청운군과의 혼례를 거절할 생각이었다. 부모의 원수이자 자신의 목을 옥죄는 가문의 여식과 결혼하고 싶은 사내가 어디 있을까. “저를 그저 곱게 피어난 한 송이 꽃으로 보셨다면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네?” “전 꽃은 꽃이지만 잎과 줄기에 잔뜩 가시를 품은 엉겅퀴꽃이어서 말입니다.” “엉겅퀴꽃이라고요” “네. 항간에 의적이라고 칭송받는 ‘엉겅퀴’에 대해 들으셨을 줄 압니다. 전 차라리 유약한 종친에게 시집가느니 의적 ‘엉겅퀴’라고 불리는 사내에게 시집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분개한 그녀의 얼굴은 묘하게 아름다웠다. 붉어진 볼과 꽉 다문 입술, 그리고 불을 뿜어낼 것 같은 눈동자는 건을 매료시켰다. “그러니 이 혼사…… 청운군께서 거절해 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