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의 조건

어느날, 그런 건우에게 할아버지는 '1년 안에 소정원이란 여자와 결혼해 증손주를 낳아 오지 않으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한다.

'어떻게든 그 여자를 꼬셔서 결혼하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면 이혼하면 될 일이야.'

건우는 말도 안되는 상속의 조건을 지키기 위해, 드라마 보조 작가이자 순대국밥집 딸인 소정원을 찾아간다.

그런데 건우에게 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그 여자에게 한눈에 반해 버린 것이다.

*

“그러니까 지금 당장 키스해보고 마음에 들면 일단 기술 고문 수락하고 같이 자보고……. 마음에 들면 결혼 승낙을 하겠다? 대충 이런 뜻이죠?”

“……예.”

“하! 이거 생각하기 나름이긴 하지만 보통의 경우 소정원 씨에게 심히 불리한 제안이라는 거 알아요?”

“글쎄요. 사랑까진 아니어도 서로 속궁합은 맞아야 결혼을 하든 연애를 하든 할 것 아닌가요? 아무리 재산 상속 때문이라고 해도 그렇지 소나 개도 아니고 날 잡아 교미시킨다고 덥석……. 그건 좀 그렇지 않나요? 같이 자보지도 않고 결혼부터 했다가 나중에 서로가 맞지 않으면? 그때 이혼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하는데요?”

그녀의 말에 그는 놀라 혀를 내둘렀다. 처음도 아니었다. 그녀에게 놀라는 것이. 그녀는 그의 생각과 단 하나도 일치하는 구석이 없는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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