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드러나는 한 가족의 추악한 비극
『내가 죽였다』, 『유괴의 날』 등으로 한국 스릴러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한 정해연의 최신 장편소설 『패키지』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전작들을 통해 “한국 사회를 예리하게 투영하는 섬뜩한 묘사가 압권”이라는 평을 들은 바 있는 정해연 작가의 이번 작품은 아이의 죽음 뒤에 드러나는 한 가족의 추하고 비극적인 가정사를 특유의 냉정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정해연 작가는 ‘부모라면 자식을 반드시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데이트 강간과 가정 내 폭력 등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끝까지 긴장감 있게 이어간다. 『패키지』는 정해연의 일곱 번째 장편 스릴러 소설이며, 사건의 진범이 잡힌 이후 마지막에서 밝혀지는 강렬한 반전은 작가가 그동안 받아 온 “놀라운 페이지터너(page turner)”라는 찬사에 걸맞은 흡인력을 선사한다.
부모라면 반드시 아이를 사랑하는가?
한때 우리가 본능이라고 믿었던 자식 사랑을 향한 날카로운 냉소
사랑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는 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부모라면, 정말로 반드시 자기 아이를 사랑하는가? 정해연 작가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처럼 『패키지』를 통해 아동학대가 벌어진 두 가정을 그리고 있다. 육아 우울증으로 인해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한 엄마, 아내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의심으로 아이를 학대한 아빠. 작가는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의 시선을 빌어 우리가 한때 본능이라고 믿었던 모성애와 부성애에 대해 끝없이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 아동학대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가 가정이며, 학대자의 75%가 부모라는 통계를 생각할 때, 작가의 날카로운 냉소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작품 줄거리
서울에서 부산을 거쳐 대마도로 향하는 패키지여행의 관광버스 짐칸에서 한 아이의 토막 시체가 발견된다. 경찰은 여행 중간 휴게소에서 사라진 아버지 김석일을 용의자로 특정하고 그를 추적한다. 김석일은 예상 밖으로 빠르게 검거되는데, 검거되기 직전 어떤 빌라에 침입해 한 남자를 중태에 빠뜨릴 정도로 난도질한다. 아이의 시체에서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폭력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사건의 잔혹성으로 전 국민이 해결에 주목하는 가운데 담당 형사 박상하는 자신의 비극적인 가정사를 어쩔 수 없이 자꾸만 떠올리게 된다. 한편 김석일과 이혼하고 아이 둘을 아버지에게 남긴 채 떠났던 전처 정지원이 돌아오며 사건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는데…….
정해연
소심한 O형. 덩치 큰 겁쟁이. 호기심은 많지만 그 호기심이 식는 것도 빠르다.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2012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백일청춘」으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YES24 e-연재 공모전 ‘사건과 진실’에서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대상을 수상, 2018년 CJ E&M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으로 주최한 추미스 공모전에서 『내가 죽였다』로 금상을 수상했다. 1981년에 태어나 오늘을 살고 있다.
장편소설 『더블』, 『악의-죽은 자의 일기』,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 『지금 죽으러 갑니다』, 『유괴의 날』, 『내가 죽였다』, 『두 번째 거짓말』을 출간했고, 데뷔작인 『더블』은 중국과 태국에 각각 번역, 출간되었다. 그 밖에 단편소설 앤솔러지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5』, 『그것들』, 『카페 홈즈에 가면?』에 참여했다.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와 『유괴의 날』은 드라마화 예정이다.
‘2019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아동학대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는 가정으로 발생 사례의 79%를 차지하고, 심지어 학대 행위자는 부모가 75.6%를 차지한다. 더구나 아동학대 사실이 발견되더라도 80%가 넘는 대부분의 아동들이 결국 원가정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사고가 뉴스에 보도될 때면 공분이 일지만, 여전히 그런 학대에 대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아동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