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본디 인간만의 것이 아닙니다.”
죽음의 문턱에 선 왕 이황을 구한 건,
사특한 것과 섞였다며 천대받는 사냥꾼 선용이었다.
이황,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지존.
모든 것을 가졌으나 그 무엇도 욕망하지 않았던 사내.
그런 왕께서 도깨비의 피를 이었다는 계집을 곁에 두었다.
선용, 가족도 성도 없이 버려진 여인.
세상 모두가 등을 돌린 그녀에게 손을 내민 건 황뿐이었다.
그래서 그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었다.
“……저처럼 근본 없는 것을 품을 분이 아니잖습니까.”
“내가 이 나라 지존인 걸 알았으면 순순히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냐.”
황이 선용을 욕망했다. 선용은 차마 그것을 뿌리칠 수 없었다.
금기를 깨고 제 목숨까지 내던질 수 있을 만큼 그를 원했다.
“이제 내 생을 너에게 주는 수밖에 없겠구나.”
“…….”
“그러니 너도 네 생을 내게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