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빈으로 궁에 들어와 왕의 곁을 지켰건만,
영문 모를 이유로 갑작스레 폐서인되어 쫓겨나고 말았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
“자경아, 나는 네가 싫어서 출궁시킨 게 아니다.”
“……허면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나는 내가 내키는 대로 널 안고 싶어서 폐서인시킨 것이다.”
더는 볼 일 없다고 생각했던 왕이,
밤마다 사가로 찾아와 그녀를 안는다.
“전하께서는 대체 저를 뭐로 보시는 겁니까.”
“왜, 내가 잘못했느냐? 너를 안는 건 하늘이 주신 내 권리다.”
“전하…… 진정 제게 치욕을 주어 자진시키고 싶어서 이러시는 겁니까?”
“자진이라, 그건 한번 안기고 나서 생각해 보면 어떠냐?”
미쳐 날뛰는 왕의 심중을 자경은 알 길이 없었다.
왜 밤마다 짐승이 돼 그녀를 덮치는지.
“지금 네 밑이 얼마나 벌어졌는지 아느냐?
아주 꽂으려고 들면 대전 기둥도 들어가겠다.”
왜 자꾸 그녀를 죽고 싶게 만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