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오디션 보러 온 게 아니라는 거, 모를 만큼 순진한 사람 아니잖아요?” “……처음이라고 하면 더 많이 주실 건가요?” 투자자를 만나러 갔던 무명배우 이솔은 모욕적인 취급을 당돌하게 받아치고 그 자리에서 벗어난다. “정말 모르는 겁니까.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겁니까?” 그러나 탐탁찮은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된 남자는 자꾸만 기억에도 없는 밤을 언급하며 집착한다. “기억이 안 나면 기억이 나게 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이 손 놓고 얘기하죠.” “난 하고 싶은데, 못된 짓. 다시는 기억이 안 난다는 소리 못하게.” 매혹적인 얼굴의 도현은 계속 다가와 채근하기 시작하고. 이솔은 스폰으로 오해받기 딱 좋은 사이에,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하는데. “순서 같은 거 상관없으니까. 다리 벌려요.” 숨 쉴 틈도 없었던 삶에서 벗어나 그에게 기대도 될까? 19세 영화보다 찐한 섹슈얼 로맨스. *** [본문 발췌] “음란한 냄새가 나.” 발정난 개처럼 코를 킁킁거리는 성도현은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목구멍을 가르는 그의 음성이 녹이 슨 듯 거칠었다. 입으로는 야들야들한 살결을 음미하며 눈은 한곳을 집중했다. 울컥 샘물을 쏟아 내는 음부가 수줍은 듯 붉었다. 손을 대지 않아도 매끈한 감촉이 느껴져 온몸이 불타올랐다. 탐욕스러운 빛이 가득 찬 검은 눈동자가 음침하게 짙어졌다. 안쪽을 활짝 열어 오돌토돌한 길을 손으로 끝까지 따라가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아니, 손이 아니라 이대로 지퍼를 열고 페니스를 박아 넣은 후 짓이기고 싶은 생각에 도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튀어나올 것처럼 꿈틀대는 아랫도리를 손으로 꾹 누르며 도현이 중얼거렸다. “쑤셔 주는 게 좋아요? 빨아 주는 게 좋아요?” 물론 둘 다 실컷 할 생각이지만. 그녀의 생각이 궁금했다. “자, 잘 모르겠어요.” 이솔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도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굵고 남자다운 손가락이 거무스름한 음모 위를 약 올리듯 쓸었다. 그대로 아래로 푹 찔러 넣으면 될 것을. 엄지로 주위를 탐색하며 이솔의 호흡을 가지고 놀았다. 열이 온몸으로 뻗쳐 나갔다. 허리가 흔들리고 엉덩이가 슬금슬금 움직였다. “자꾸 빨고 싶게 만드는 거 알아요?” 이솔이 고개를 내저었다. 해도 지지 않은 저녁 하늘을 배경으로 남자 앞에 다리를 벌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자세로 아래를 빨리라고? 너무 이상하잖아. 이솔이 격하게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그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싫다고 하면서 왜 여기서 이렇게 물을 줄줄 흘릴까. 이러다가 바닥이 엉망이 되겠어요. 그럼 안 되잖아. 안 그래요? 그러니까 내가 빨아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