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아홉 가진 구미호를 천호라 하지. 불사의 몸인 천호는 신출귀몰 했으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람을 홀려 정기를 취하거나 만월이 뜰 때면 사람을 비롯하여 동물의 간을 취해야만 한단다. 이것이 음에 속한 구미호 운명의 굴레지. 한데 여기 청구란 산에 있는 구미호 두 마리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며 살아왔기에 그런 것 따위 개의치 않았지. 같은 종족이긴 하나 전쟁과 휴전을 밥 먹듯 하는 두 마리의 구미호는 반으로 나뉜 청구를 지배했단다. 이곳은 세상에 존재하되 존재함을 드러내지 않는 신성한 땅으로, 감히 사람은 발을 들여놓지 못했거든. 그런 이곳에 어찌된 영문인지 앞을 보되 보지 못하는 아씨가 찾아왔단다. 두 마리의 구미호는 아씨를 두고 내기를 했지. 100년도 못되는 잠시의 시간동안 신랑이 되어 보자고 말이야. 영이 맑은 아씨는 누굴 택했을까나, 또 과연 어느 쪽이 내기에 이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