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눈을 떴을 때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처음 보는 남자와 한 침상에 있었다. “눈 속에서 죽어 짐승들의 요깃거리가 되는 것이 가여워서 염이라도 해주려고 업고 왔더니, 간신히 숨을 쉬더군. 그대로 죽을 것을 내 체온으로 살린 거라고. 알아?” 아무리 생명의 은인일지언정, 낯선 남자는 언제나 위험했다. 특히나 젊은 수컷의 경우에는 더더군다나. 남자가 손을 뻗자 여자는 움찔했다. “다시 물어보겠어. 대체 이런 험한 산골짜기에 무엇 하러 혼자 들어왔지?” “설조의 깃을 구하러 왔어요.” 그가 기가 찬다는 듯이 황당한 웃음을 지었다. “설조의 깃? 미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