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령 잘 차려진 밥상 앞에 마침 배도 고프니 먹고 보자. 아이고, 이 밥상이 누구 제사상이라고? 일 났네. 아무것도 보이는 것은 없는데 칼날 같은 매서운 기운에 세상에, 저고리며 치마며 뜯겨져 나간다. 늘 차고 있던 팔주령마저 바닥으로 나뒹굴며 맑고 영롱한 종소리를 낸다. 동시에 수많은 그것들이 보이는데, 이제 어찌해야 하나? 또 제 혼을 탐내는 것들에게 시달릴 것인가? 저것들을 따돌리고 이 가택을 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이번엔 절대 어릴 때처럼 마냥 겁먹지만은 않을 것이야! *묵량 하필이면 일 년에 단 한 번, 구해준 저 잡다한 것들이 저를 위해 제사상을 차려준 것을 살아있는 여인이 홀랑 먹어버렸다. 여인치고 먹성이 좋은 것인지 한 상을 다 해치웠다. 와, 배고파 돌아가시겠는데, 일 년을 또 기다려야 하니 이미 죽었지만 죽을 맛이다. 해서 심술이 발동해 가택에 가두었다. 한데 저 작은 여인 제가 무슨 잘못을 한 지도 모르고 얼씨구! 잡다한 혼백들마저 홀랑 넘어가 이젠 저들끼리 희희낙락거린다. 볼수록 눈에 들어오는 저 여인과 저는, 산 자와 죽은 자라는 것이 엄밀히 나뉜 생들이다. 한데도 무로 비워졌던 제 심장을 다시 뛰게 한다. 큰일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