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타월은 반납 잘하셨습니까?” “네? 타월이요? 타, 타월? 헉!” 일은 물론, 매사에 철두철미하고 완벽 그 자체인 대한금융 그룹 현준후 본부장. 무엇 하나 특별할 것도 없는, 매일 일에 쫓겨 똑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날아든 그녀, 하시은. 남자 샤워실에 무단 침입(?)한 그녀와의 진한 첫 만남을 필두로 만날 때마다 예측불허의 행동을 하는 그녀에게 어느새 그는 눈을 떼지 못하게 되고, 결국 그녀를 잡기 위해 지능적인 플레이를 시작하게 되는데……. 무책색의 세상에 처음으로 색을 입혀 준 그녀, 하시은. 과연 지능적인 삐돌이 준후는 그녀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본문 내용 중에서] “가해자로군.” “네?” “피해자가 얼마나 다쳤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문한 거 아닙니까?” 그제야 시은은 잠시 잃어버렸던 정신을 수습하고 예의바르게 사과했다. “이렇게 다친 줄도 모르고…… 죄송합니다.” 준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인사하는 그녀를 보고, 치밀어 오르는 웃음을 참기 위해 헛기침을 해야 했다. 피트니스 센터의 샤워실 사건이 또다시 생각난 이유였다. 물론 그때만큼의 경악한 표정은 아니지만, 예의 그 모습이 생각나게 하는 바로 그 표정이었다. “저기, 그런데…….” 시은은 눈앞에 있는 남자가 어딘지 모르게 낯익었다. 한번 보면 잊지 못할 정도로 날카로운 여운을 남기는 상(像)임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봤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났다. “저, 혹시 우리 어디서 만나지 않았나요?” “으음? 너무 진부한 대사라는 생각이 드네요?” 시은은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가물거리는 기억 창고를 뒤졌다. 분명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생각이 날 듯 말 듯한 남자의 이미지와 더불어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타월은 반납 잘하셨습니까?” “네? 타월이요? 타, 타월? 헉!” 그녀는 벼락 맞은 사람처럼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는 그날 아침의 악몽이 떠오르자, 온몸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더도 덜도 말고 투명인간이 되어 그 자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으면 하고 바라고 또 바랐다. “덕분에 그날 아침은 즐거웠습니다.” 그가 능청스럽게 씩 웃으면서 말하자, 시은은 뜨겁게 끓고 있는 기름이 머리 위로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만큼 뜨거운 열기가 솟구쳤다. 더불어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이제 더는 숨을 곳도, 피할 곳도 없었다. “이, 이런…….” “요즘은 샤워실 안내 문구 정도는 잘 보고 다니시죠?” 시은은 그날 이후로 피트니스 센터 근처뿐만 아니라, 목욕탕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더불어 안내 푯말을 두세 번씩 꼭 확인하는 버릇까지 생겼다. 아무튼, 지금은 사고회로 자체에 오류가 발생한 것처럼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에 반해, 남자는 충격적인 그날 아침처럼 너무도 여유롭게 보였다. “오, 맙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