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렌트의 알기 쉬운 행위이론, “행위가 정치다”
친절하고 정중한 228쪽 대 시민 ‘정치 초청장’
2016년 촛불혁명은 대한민국 역사에 거대한 불길을 만들었다. 이 불길의 주체는 바로 시민이다. 이들은 짱돌도 화염병도 던지지 않았다. 노래 부르고 외치고 행진 했을 따름이다. 이들이 한 것은 ‘행위’이고, 곧 ‘정치’다. 그런데 역사가 바뀌었다.
이 책은 해나 아렌트의 행위이론을 소환해 시민들에게 행위하기를, 정치하기를 촉구하는 책이다. 독일의 위대한 정치사상가 해나 아렌트의 행위이론을 우리 실정에 맞게 쉽고 재미있게 풀어 썼다.
아렌트는 ‘민중주의적 기질을 강력하게 지닌 정치사상가’라고도 불린다. ‘민중주의적’이 품은 속뜻은 ‘아래로부터의 정치’다. 아렌트의 ‘아래’는 프랑스대혁명 시기에 ‘상퀼로트’라 불린 사람들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우리나라에서는 ‘민중’이라 불렸다. 정치학자 이인미는 이들을 ‘시민’이라 부른다. 그리고 ‘공적인 영역에서 주체적으로, 시민답게 행위’함으로써, 정치적인 인간으로 거듭나길 촉구한다. 이것이 바로 행위이론의 알맹이다.
정치사상? 행위이론? 언뜻 어려울 것 같다. 사실 아렌트의 이론들은 다소 난해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은 쉽고 재미있다. 아렌트 연구자로서 오랜 세월 시민운동에 몸담아 온 저자가 아렌트의 이론을 우리 정치 실정에 꼭 들어맞게, 시민의 눈높이에서 새겼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프랑스대혁명의 역사를 한번에 꿸 수도 있고 민중론도 일별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갑을 문제, 미투 문제, 협력과 교환의 문제 등 다양한 현실 이슈들이 어떻게 행위와 연결되고 정치가 되는지 알 수 있다. 시민이 왜 정치를 해야 하는지, 나답게(곧 시민답게, 주체적으로) 정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이은재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상임연구원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정치적인 사람들은 단연코 미투운동 이후의 젊은 여성들”이라며 “미투 이후 세상을 바꾸자 선언하고 정치적 삶을 실천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독자들은 228쪽에 달하는 저자의 친절한 ‘정치 초청장’에 이끌려 행위의 장으로 나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