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역사 속 ‘자유주의’의 이중성을 파헤치다
현재 한국에서는 자유주의가 진보와 보수, 양 진영으로부터 모두 환영받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우리 사회가 민주화를 이룩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자율성과 책임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성숙한 사회가 아니라고 보고 있으며, 보수 진영에서는 사회주의에 대한 반대를 보다 확실히 하자는 입장과 더불어 개혁과 복지로 인해 개인의 재산권이 침해당할 우려에서 자유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후자의 동기, 즉 보수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자유주의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살펴볼 것이다. 서양 근대 역사에서 자유주의의 유래 자체가 강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논리였던 점을 지적하고, '자유'를 외치는 사람 사이에도 그 내용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나를 보여준다.
삶의 최소한의 권리와 인간다운 품격을 위해 자유를 외치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의 재산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유를 옹호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지배층은 자유주의를 보수적으로 이용하면서 자유라는 단어에 온갖 화려한 수사는 다 갖다 붙였다. 그럼으로써 은연중 '자유'의 개념을 지배 이데올로기로 만들었다.
이 책은 또한 한국 자유주의의 기원을 [독립신문]으로부터 찾고 있다. 한국 근대화 초기의 자유주의의 담론을 살펴봄으로써, 우리에게 자유주의란 무엇이며 자유주의 일반이 갖는 문제는 문제인가를 검토하였다. 나아가 선의의 입장에서 주장하는 자유주의라 하더라도 그것이 가질 수 있는 보수적 함의를 아울러 경계하고자 한다. 특히 [독립신문]을 중심으로 전개된 한국 자유주의의 초기 형태와 구체적 담론들을 살펴봄으로써, 우리에게 자유주의란 무엇이며 그것의 문제점은 무엇인가를 면밀하게 검토할 것이다. 즉 자유주의라는 단어가 지니는 이중성을 밝히고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자유주의가 지배층의 이익을 옹호하는 보수주의임을 드러낸 책이다.
1964년 서울에서 2남 1녀 중 맏딸로 태어났다. 유년시절에는 몸이 허약해 주로 집에서만 지낸 덕분에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지금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의로움’에 대한 집착은 그때 읽은 권선징악을 강조하는 동화책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1984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그는 대학에 들어와보니 그동안 듣고 배운 게 말짱 거짓말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교수들은 현장 강의에서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도록 해주었고 교내 학회와 서클 활동을 통해 알게 된 이들은 지금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해주었다. 그래도 천성이 겁 많고 소심해서 감히 운동권에 들지는 못하고 주위를 ‘배회’하면서 운동권 벗들하고만 지냈다. 그들처럼 할 자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들만큼 인간성 좋은 벗들도 없었다. 그때 자신의 소심한 성격에 맞게 ‘지지부진’하게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그들을 돕자고 결심했다. 그래서 고려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고 한국정치연구회 활동을 했다. 그때는 다들 마르크시즘에 관심을 가질 때라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해 거의 혼자 공부했다. 대안 모색도 중요하지만 현실에 대한 비판이 너무 소홀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석사학위 논문으로 〈J. S. 밀의 민주주의 제한론〉을 썼다.
박사 과정에 진학한 지 몇 년 후 한 연구소에 취직했는데 IMF 위기를 맞아 그 연구소도 구조조정을 했다. 가장 먼저 잘리는 사람은 가장 힘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때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합리하고 부도덕한 사회인지를 피부로 느꼈다. 노조의 필요성도 절감했다. 당시 민주노총 공공연맹과 산하 연구전문노조의 도움으로 어려움은 극복했지만 박사 학위논문이 시급하다고 느껴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렇게 하여 〈독립신문에 나타난 자유주의 사상〉이라는 박사학위 논문을 썼고, 자유주의 일반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우리 사회와 역사에서 자유주의란 무엇인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보수주의, 공화주의, 민주주의에 대해 연구했으며 지금은 생태주의에 관심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