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우린 지루한 걸 느끼지 못하잖아. 우린 아무것도 느끼지 못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건 오로지 탐욕뿐이지. 네 말 그대로, 채워지지도 않는 탐욕.” “황주의 백야 님께 이 선물을 전해주고 오너라.” 까마귀 요괴 우로. 할아버지 운의 명으로 황주로 향하지만, 주변은 온통 까마귀의 목숨앗이인 뱀 요괴들뿐. 이때 그녀의 앞에 나타난 북서쪽 혼돈의 요신(妖神), 백야(白夜). 우로는 그에게 할아버지의 선물을 전하지만 그는 선물을 거절하며 우로에게 한울산 산중턱의 ‘붉은 열매’ 한 알을 따오라 한다. 언령에 얽힌 우로는 집에 돌아가기 위해 그 말에 따르는데……. 우로는 알지 못했다. 자신 바로 ‘선물’이라는 것을. 얼어붙은 겨울. 멈춘 시간에 갇혀버린 메마른 자들 중 하나, 백야. 그리고 그의 반려, 우로의 이야기. 우로(雨露) “저, 저를……저를 잡아먹…….” “안 잡아먹어.” 건조한 목소리. 우로는 흠칫 놀라 백야를 돌아보았다. 우로의 눈동자는 아직 눈물과 두려움이 뒤범벅되어 있었다. 하지만 옅게 배어 있는 희망의 불씨, 그 눈동자를 보니 심술궂게 놀려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백야는 우로의 입술을 억지로 벌려 열었던 길고 아름다운 제 손가락을 혀끝으로 핥았다. “단지 약간, 맛을 본 것뿐이야.” 그러자 우로가 가엾을 정도로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마, 맛없습니다. 저 맛없습니다!” “안됐지만. 내 입맛에 안타까울 정도로 딱 맞았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