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후가 시선을 돌려 여자를 쳐다봤다. 여자는 다소곳하게 서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좋아, 가면 벗어.”
여자는 말없이 뒤로 손을 보내 가면의 끈을 풀었다. 그리고 얼굴을 내밀었다. 화장을 해서 처음엔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는 단번에 그녀가 누군지 기억해 냈다. 세형대 신소재공학부에 다니는 그 여자! 그런데 이름이 희미하다.
“내 이름은 차영후, 이런 덴 처음 왔어. 아마 오늘이 마지막이 될 거야. 그러니까 네겐 이름을 알려주는 거야.”
“……윤지영. 영후 씨가 기억하는 그 여자, 맞아요. 하지만 제발 부탁이니, 이 만남은 기억에서 완벽하게 삭제해 주세요. 제 인생 최고의 굴욕적인 기억이 될 테니까.”
“좋아. 우선 욕실로 들어가서 깨끗하게 씻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말고 나와.”
뭘 기대한 걸까? 자그마치 일억이나 주고 그녀의 한 달을 산 남자다. 그런 남자에게 육체적인 관계를 생략하고 손만 잡고 보내자는 얘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영은 입고 있던 원피스를 벗었다.
예파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