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매여 갇혔거나, 빚쟁이들을 피해 오갈 곳이 없어 숨었거나.
어떤 경로로 왔든 다른 선택지가 없는 여자들.
이 시궁창 같은 곳에서 살길을 찾아, 어떻게든 사람처럼 살아보려,
매인 목줄을 풀고 족쇄를 벗어던지고 도망가 본 적 숱했다.
도망은 항상 실패를 동반하였고,
실패는 무기력을 낳아 그녀에게서 의지를 앗아갔다.
“저, 좀 도와주시면 제가 어떻게든 꼭 사례, 하겠습니다. 부탁드려요.”
쓰레기 같은 말을 무덤덤하게 지껄이는 깡패에게 도와달라 부탁을 하는 게 말이나 될까.
하지만 그녀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그녀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버릇이 씹창이네. 우리 앞으로 오래 볼지도 모르는데 내가 너무 말랑하게 대했나 보다?”
사채업으로 이 바닥을 휘어잡은 거친 성정의 남자와
“도망가.”
“…….”
“뭐 해, 기회 주잖아. 가.”
무욕한 얼굴로 서늘한 분위기를 풍기는 또 다른 남자.
“5분.”
도와달라고 한 게 잘한 선택이었을까.
두 남자 사이에서 더 깊은 구렁텅이로 발을 담근 건 아닐까.
진창 속에서 갖은 오물이 묻어 꾸덕꾸덕해진 심장이 이상하게 자꾸 요동쳤다.
자꾸만 알 수 없는 파동이 그녀를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