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때문에 억지로 나간 와인 모임에서 만난 남자, 임혜준. 모든 사람이 주목하는 그의 잘난 외모에 은효 또한 첫눈에 반해버렸다. 행운인지 불운인지 그와 하룻밤을 보내고 연락을 이어가는데....... “우리, 무슨 사이야?” “우리?” 혜준이 담배를 입에 물고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좋은 사이지.” 좋은 사이? 아니, 잠만 자는 사이. 그를 독점하고 싶은 그녀에게는 실망스러운 대답이었다. 혜준과 함께할수록 은효의 욕심은 더욱 커지고, 아쉬운 것 없는 남자는 그녀에게 결국 질려버렸다. “너 이러는 거 피곤해.” “......내가 피곤해?” “피곤해. 너랑 연애할 생각도 없고.” “연애 안 해도 좋으니 그냥 만나주면 안 돼?” 어느 순간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그녀는 구차하게 매달렸다. 독점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격차를 실감해도 좋으니까,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으니까. 하지만 외사랑에 지치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비참한 관계를 굳이 이어 나갈 이유는 없었다. “그만 놔줄게.” 혼자 설렜고, 혼자 사랑했고, 혼자 상처받고, 혼자 정리했는데....... “웃기지 마, 박은효.” 혜준이 잘생긴 눈가를 잔뜩 찡그리고 물었다. “네가 나하고 헤어질 수 있을 것 같아?” 사람을 홀리는 눈동자를 정확히 그녀에게 향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