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을 가졌다고 순정까지 바란다면 상대를 잘못 골랐어.” 5년 전, 송정우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두통에 잠식돼 몸부림치던 그에게 나타난 여자, 한민서. “차라리 구걸을 해. 적선하듯 너그러이 응해 줄지도 모르니까.” “…….” “종목은 역시, 한민서가 제일 잘하는 거로 하면 되겠군.” 정우는 그녀의 서툰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회사에서는 상사와 비서로, 집무실을 벗어나면 어김없이 침대에서 난잡하게 뒹구는 파트너가 되었다. “다리에 힘줘. 더 환장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제발…….” 어떤 의도로 제 밑에 깔려서 울기만 하는 것일까. 한민서를 안을 때마다 차오르는 욕구는 나날이 지독해져만 갔다. “계속 말해 줬잖아. 이 관계는 절대 네가 못 끝내.” 그녀를 향한 소유욕 또한 거친 화마처럼 들끓어 갈 무렵. 갑자기 한민서가 세상에서 증발한 듯 사라졌다. 배 속에 제 아이를 품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