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돌이랑 해?” 붙어먹은 기간만 해도 이게 몇 년이야. 오유진이라는 여자의 전부를 알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빈틈없이 그녀를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 바보 같을 정도로 버티고, 또 버티고 있는 가느다란 여체를 싸늘하게 식은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남자가 갈라진 목소리로 낮게 뇌까렸다. 침잠한 두 눈은 짐승의 살기를 띠는 듯했다. “임신.” “…….” “아니야?” 숨이 막힐 대로 막히는 것만 같아, 유진은 억지로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한 템포 쉬고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그럴 리 없잖아요.” 남자의 고개가 비스듬히 기울어진다. “이상하네.” 올라가는 입꼬리에 알 수 없는 미묘함이 실려 있다. “안 본 사이 촉감이 꽤 달라졌던데.” 옴폭 파인 쇄골 아래를 턱짓하는 그의 얼굴이 여상했다. “크기도, 모양도.” 고저 없는 나지막한 음성이 서늘했다. “……생리 주기가 다가와서 그런가 보죠.” 기껏 내뱉는 변명이라고는 식상하기 그지없었고. “그걸 구분 못 해, 내가?” 그딴 같잖은 변명 따위에 흥미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무감각한 얼굴. 그게 최선의 대답이었다는 듯, 미동조차 없는 여자의 모습에 그의 입술이 비틀려 올라간다. 동시에 유진의 앞으로 붉은빛 와인이 가득 찬 잔이 스르륵- 밀어졌다. “마셔.” 그가 병을 기울여 와인을 조금 더 채워 넣었다. “임신 초기에도 얼마든지 증상 있을 수 있지만.” 답지 않은 나긋한 음성과 함께 위압적인 눈이 포박하듯 내리꽂혔다. “네가 아니라니까.” 눈썹을 까닥거리며 마시라고 종용하는 그다. “…….” 유진은 웃었다. 남자의 목적이 너무나 투명해서. 그리고 그 이후, 버려질 자신의 처지도 너무나 선명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