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정(崇禎)이라면 누구나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옛날 명(明)나라 최후의 황제(皇帝) 의종(毅宗)의 연호이다. 그때 명(明) 나라 궁중(宮中)에는 굴씨(屈氏)라는 궁녀(宮女)가 하나 있었으니 그는 본래 중국 남방의 미인(美人) 많기로 유명한 소주(蘇州) 태생으로 어려서부터 인물(人物)이 곱고 재주가 비상하여 시문서화(詩文書畵)가 모두 능(能)한 중에 특히 비파(琵琶)를 여간 잘 타지 않았다. 그는 인물과 재주가 그렇게 특출 한데다가 자기 가문(家門)으로 말하여도 그 한 소주(蘇州)에서 상당히 행세를 하던 가문이었으니 보통의 경우와 같으면 그렇게 궁녀로 들어갈 처지는 아니었건만 그가 이팔 방년 시대에 불행히도 그는 아버지가 무슨 죄의 연좌(連坐)를 입어 멀리 운남(雲南) 땅으로 귀양을 갔다가 죽고 따라서 집안이 모조리 파산하고 몰락하게 되니 할수 없이 정든 고향(故鄕)을 떠나 그의 어머니와 같이 북경(北京)에 와서 유리(流離)생활을 하다가 어찌 어찌하여 궁중으로 뽑히어 들어가 궁녀노릇을 하게 되었다. 그가 궁중에 들어간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마는 원래 인물과 재주가 비상한 까닭에 일찍부터 의종황제(毅宗皇帝)의 총애를 받아 항상 장추전(長秋殿)에 입시(入侍)하게 되니 일반 궁인(宮人)들이 모두 그의 행복스러운 것을 부러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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