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선택의 기로에서 윤리적 인간으로 살아남기?
고려대학교 문과 대학 교수들이 필진으로 참여하는 열린책들의 새로운 인문 교양 시리즈 [석탑 교양 총서]의 첫 책. 이 시리즈는 인문 교양에 대한 일반 대중의 높아진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여 대학의 학문적 성과를 보다 쉬운 언어로 시민과 소통하고 함께 나누는 것을 목적으로 고려대학교 문과 대학과 열린책들이 함께 기획한 것이다. 손병석 교수(서양 고대 철학 전공)의 『호모 주리디쿠스』는 이러한 기획에 값하는 첫 결과물이다. 정의를 추상적인 사변을 통해 개념적으로 정의하기보다는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구체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정의란 과연 무엇이며, 인간은 어떻게 정의로울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침몰하는 보트에서 승객을 바다에 던지라고 명령받은 승무원 홈즈, 인질들의 석방 조건으로 살인을 강요받는 식물학자 짐, 그리스군의 승리를 위해 필록테테스를 속여 활을 빼앗도록 요청받는 정의로운 품성의 네오프톨레모스. 과연 어떠한 선택이 올바른 것일까? 그리고 그 기준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호모 주리디쿠스』는 실제 또는 가설적 상황에서 마주할 수 있는 윤리적 딜레마를 세밀히 검토하고, 당사자의 입장에서 어떠한 선택 원리가 가능한지 모색한 철학 교양서이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필두로 시중엔 정의론과 도덕철학에 관한 많은 교양서들이 나와 있다. 하지만 표제인 [호모 주리디쿠스Homo Juridicus](우리말로 [정의로운 인간])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단순히 딜레마 상황에서 주는 지적 게임에만 머물지 않는다. 윤리적 판단을 위한 이론적 전개를 넘어 [인간은 왜 정의로워야 하는가?] 하는 실존적 물음으로까지 주제를 확장하고 있다. 샌델이 [정의]를 물었다면, 이 책은 정의로운 [인간]을 묻는 셈이다.
손병석
1965년생으로, 고려대학교 철학과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아테네 국립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하버드 대학교 철학과 객원교수를 거쳤으며 국제 그리스 철학회 명예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전공은 서양 고대 철학이다. 특히 정의론과 민주주의와 관련된 정치철학?실천철학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책 역시 「정의론과 시민윤리」 교양 강좌 중의 일부 내용을 소개한 것이다. 현재 「EBS 민주주의 특강」에서 [최초의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고대 희랍·로마의 분노론』(바다출판사, 2013), 역서로는 『소크라테스의 비밀』(간디서원, 2006)이 있다. 그 외 「부동의 원동자로서의 신은 목적인이자 작용인이 될 수 있는가?」, 「공적주의 정의론과 최선의 국가」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