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인 남편도 모르는 시조모와의 거래.
‘한설’이 아닌 ‘윤서경’으로 차원재의 임시직 아내가 되는 것.
“부부 행세만 하자는 말인가요?”
“굳이 구색만 맞출 생각은 없습니다. 뭐든 제대로 하는 편이라.”
그가 그어 놓은 선을 벗어나지 않으면,
차원재는 제법 상냥한 남편이었다. 낮에도, 밤에도.
그렇게 시작된 결혼 생활, 두 사람은 그럭저럭 괜찮은 사이의 부부였다.
임시직 아내 역할이 끝날 때까진.
“우린 끝났어요. 난 이제 내 인생을 살 거예요.”
“누구 마음대로.”
다가온 그가 허리를 휘어 감으며 농밀하게 입을 맞춰 왔다.
“흐읍.”
단단한 남자의 육체와 입안을 휘젓는 것 때문에 머릿속이 혼미해질 때
그의 입술이 떨어져 나갔다.
육체의 이끌림을 억누른 채 그가 말했다.
“제안을 새로 하지. 새 아내가 되어 줘, 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