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을 위한 학교: 세계문학전집 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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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이고 감동적이며 비극적인 작품!" _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와 함께 20세기 러시아 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하나로 평가받는 사샤 소콜로프의 대표작,

러시아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효시!


『바보들을 위한 학교』는 국내 처음으로 소개되는 사샤 소콜로프의 대표작이다. 러시아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러시아 망명 3세대 중 가장 뛰어난 소설가 중 하나라는 명성을 떨치고 있는 소콜로프는, 1975년 소련을 탈출하여 현재 미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정신분열증을 앓는 소년의 내면을 마술 같은 언어로 그려낸 『바보들의 학교』는 전위적이라는 이유로 소련에서 출간되지 못하고 1975년 미국에서 먼저 소개되었다. 소콜로프는 이 첫번째 장편소설로 작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이 소설을 읽고 "매력적이고 감동적이며 비극적인 작품"이라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고국을 떠나 활동하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소콜로프는 1996년 러시아의 주목받는 현대작가들에게 수여되는 푸시킨 메달을 받으며, 현대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이상한 나라’에서 살아가는 소콜로프의 비차 플랴스킨


『바보들을 위한 학교』의 주인공 비차 플랴스킨은 지적장애아들을 위한 특수학교에 다니는 소년으로, 자기 자신을 두 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바보들을 위한 특수학교의 어린 학생이자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작가’이며, 때론 강의 하얀 수련인 님페야 알바로 변신하거나, 결혼을 앞둔 성인 엔지니어가 되기도 하는 등 여러 분신으로 존재한다. 비차는 두 세계를 동시에 살아가는데 첫번째 세계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현실의 세상으로, 검사 아버지와 특수학교 교장 페릴로, 아파트 이웃이자 특수학교 교무주임인 트라흐텐베르크, 의사 자우제가 속한 곳이다. 두번째 세계는 소년이 상상하고 꿈꾸는 동화 같은 세상으로, 주인공 비차 플랴스킨과 그의 분신, 지리선생님 파벨 노르베고프, 소년이 연모하는 생물 선생님 베타 아카토바, 학술원 회원이자 베타의 아버지인 아카토프가 속한 곳이다.

루이스 캐럴의 세계를 연상시키는 두번째 세계는 세상과 삶에 대한 애정과 기쁨, 기적과 변신으로 가득한 마법의 공간으로, 소콜로프 식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혹은 『거울 나라의 앨리스』다. 앨리스의 몸이 커졌다가 작아지기를 반복하고 거울 속에서 현실의 흐름과 반대로 행동하듯 소콜로프의 비차도 신화적인 강 레테에서 쪽배를 타다가 수련으로 변신하기도 하고, 죽었지만 레테 강을 건너와 부활한 지리선생님 노르베고프와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화실에서 조수로 일하기도 한다.

닫힌 공간에서 방황하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연속성을 잃은 정신분열적 시간관


이 소설의 공간은 환상형(環狀形) 철로를 따라 구성된다. 비차의 집을 지나가는 기차는 하나는 시계 방향으로, 다른 하나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운행하는데, 폐쇄된 곡선을 따라 돌기 때문에 도시를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소설의 서술 형식도 두 가지 방식을 지녔다. ‘지금. 베란다에서 쓰인 이야기들’이라는 제목이 붙은 2장은 시계 방향으로 움직이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서술되었으며, 1, 3장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서술되었다. 정신분열을 앓는 주인공의 시간은 비연속적이어서 과거, 현재, 미래의 시제를 벗어나거나, 이 모두가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친애하는 레오나르도, 얼마 전에(바로 지금, 조만간) 저는 큰 강을 따라 즐거운 배를 타고 내려왔어요(내려와요, 내려올 거예요). 이전에(이후에) 저는 여러 번 거기에 있었고(있을 거고), 그 근방을 잘 알아요. 날씨가 아주 좋았고(좋고, 좋을 것이고), 강은 조용하고 넓으며, 강변에는, 강변 한쪽에서는 뻐꾸기가 울었어요(울어요, 울 거예요). 그 뻐꾸기는 제가 쉬려고 노를 집어던졌을(집어던질) 때, 저에게 삶의 여러 세월을 노래로 불러주었어요(불러줄 거예요). 그러나 이것은 그 새의 입장에서 보면 어리석은 것이었어요(것이에요, 것일 거예요). 왜냐하면 제가 이미 죽지 않았다면, 이제 곧 죽을 거라고 저는 완전히 확신했기(확신하기, 확신할 것이기) 때문이에요.(p.38)

         

소설 속의 자유로운 시간은 자유로운 상상, 변화무쌍한 변신과 결합한다. 지리교사 파벨 노르베고프는 사블이라고도 불리며 박해자 사울이 사도 바울로 바뀌는 성경적 기적을 이름의 측면에서 반복하며(바울, 사울에 해당하는 러시아어 이름이 파벨, 사블이다), 죽은 후에 다시 살아나 자신의 뼈를 상점에 판매함으로써 불멸과 부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화장실 창문턱에 앉아 있을 때는 사블-파벨 선생님이다가 ‘사막의 목수’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로마 군인이자 로마 원로원 의원, 혹은 배의 선장으로 변신한다. 또 ‘사막의 목수’는 십자가를 다 만들고 나서 너무나 기쁜 나머지 새로 변신한다.   



예술을 옹호하면서도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창조력과 에너지 고갈을 암시하다


자유로운 상상력과 예술을 펼쳐 보이는 소설 속 변신의 마법은 한편으로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예술이 지니는 부정적 성격을 암시한다. 3장의 ‘사막의 목수’ 이야기는 윤회하는 존재의 본질을 얘기하면서 함께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예술의 죽음’에 대해 들려준다. 사막의 목수를 찾아온 사람들이 십자가를 주문하고, 때마침 완성한 십자가에 어떤 사람의 책형을 도운 목수는 곧 책형당한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임을 알게 된다. 사막의 목수는 자기 자신에게 죽음을 가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예수-예술가’이다. 이 사막의 목수는 그리스도를 연상시키는데, 판자 하나, 못 하나도 없는 황량한 사막에서 할 일이 없어 괴로워하며 권태에 빠져 있는 목수의 상황은 예술의 창조력과 새로운 에너지의 고갈에 괴로워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예술가들의 상황과 일치한다. ‘사막의 목수’ 이야기에는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의 또 다른 특성에 대한 암시가 숨어 있다. 사막을 돌아다니며 재료와 할 일을 찾아 헤맸지만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한 사막의 목수는 자신과 똑같은 이름, 똑같은 형상과 맞닥뜨린다. 이렇듯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예술이 보여주는 끝없는 윤회의 모티브는 예술적 내용의 출구 없는 반복이며, 끝없이 재신화화를 반복하는 닫힌 세계다.


자유로운 상상과 상호 유사성의 언어유희로 가득한 마법의 세계


윤회적 사유는 언어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소콜로프는 엇갈리고 겹치는 시적인 언어유희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각 소리와 단어는 음성적·의미적 유사성에 의해 서로서로 연결되는데, 소리는 비슷하나 의미가 다른 말을 사용하는 소콜로프의 언어유희는 번역을 매우 어렵게 하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나를 베트카라고 부르지 나는 아카시아의 베트카 나는 철도의 베트카 나는 나이팅게일이란 이름의 상냥한 새의 아이를 임신한 베타 나는 다가올 여름과 화물차의 전복으로 임신했어 (……) 이건 반대쪽에서 오는 사람이 소리치는 거예요 트라 타 타 뭐가 문제죠 트라 타 타 뭐요 트라 탐 누구요 타 탐 어디요 탐 탐 베타(Veta) 하얀 버드나무(vetla) 하얀 버드나무들(vyotly) 베트카(Vetka) 거기 창문 너머 저 집에 트라 타 톰 누구에 대해(o kom) 무엇에 대해(o chom) 버드나무들의 베트카에 대해(o Vetke vyotly) 바람에 대해(o vetre) 타라람 전차(Tramvay) 전차 아아 좋은 저녁(vecher) 표(bilety) 비 레트(bi lety) 뭐가 없지 레테 강(lety reky)이 레테 강이 없다 당신에게 샴페인 색깔들(tchveta) 츠 베타 츠 알파 베타 감마 기타 등등(pp. 19~20)


『바보들을 위한 학교』의 소년 주인공이 펼치는 마법과 같은 이야기 속에 언어유희는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비차 플랴스킨은 자유자재로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신하면서 정체성을 잃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자신의 이상한 세계 속에서 이름을 잃게 된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 비차 플랴스킨의 이름이 책 첫머리 발문 외에는 소설 속 어느 곳에도 나오지 않는다. 또한 이 소설의 모든 사물 역시 이름을 잃은 채 그저 “강은 불리고”, “역은 불리고” 있을 뿐이다.

이름과 정체성을 잃어버린 인물들과, 하나의 단어에서 다른 단어로 끝없이 미끄러지는 언어들이 바로 소콜로프 문학의 주인공이다. 비차 플랴스킨(이름에 ‘무도병舞蹈病’이라는 뜻이 있다)은 언어유희라는 영원한 춤을 출 운명을 지녔다. 자전거를 타고 실내화 시스템과 학교 문법이 군림하는 현실 세계를 벗어나 자유롭고 유희로 가득 찬 마법의 춤의 세계로 달려는 비차 플랴스킨은 끝없이 춤추며, 달리며, 변화하며, 언어를 따라 미끄러진다.  

About the author

1943년 캐나다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캐나다 주재 소련대사관의 무역참사관이었지만 실제로는 KGB 고위 간부였다. 1947년 아버지의 간첩활동이 발각되어 추방당해 모스크바로 이주했다. 추방 이후로도 특권층의 삶을 누렸지만, 갑작스럽게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순탄치 않은 유년시절을 보냈다. 소콜로프는 대학에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작품을 집필하기 시작했고, 1972년에 수렵 감시관으로 일하며 『바보들을 위한 학교』를 쓰기 시작해 이듬해 완성한다. 하지만 너무 전위적이라는 이유로 소련에서 출판되지 못하고, 1976년 미국에서 먼저 출간되었다. 억압적인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차례 망명을 시도한 끝에 1975년 오스트리아 빈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고, 1977년 캐나다 시민권을 획득했다. 1981년 발표한 두번째 장편소설 『개와 늑대 사이』로 안드레이 벨리 상을 수상했고, 1996년 러시아의 주목받는 현대작가들에게 수여되는 푸시킨 메달을 받았다.

『바보들을 위한 학교』는 소콜로프의 대표작으로, 스스로를 두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소년이 겪는 두 세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신분열증을 앓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작가 특유의 자유롭고 매혹적인 언어유희가 가감없이 발휘되었다. 이 작품은 소콜로프에게 작가로서의 명성을 안겨주었을 뿐 아니라 그를 러시아 포스트모더니즘의 중요한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선문대학교 외국어자율전공학부(러시아어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코레야 1903년 가을』(공저)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사샤 소콜로프의 바보들의 학교」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푸시킨」 「포스트모더니즘의 세계상: 베네딕트 예로페예프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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