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식품’ 전략기획팀 과장 1년 차이자, 대한민국 30살의 평범한 직장녀인 나는 나 스스로가 나름 완벽한 삶이라 자부해왔다. 하지만 내 삶에 만족하는 나와 다르게 주변에서 나를 보는 시선은 측은하기만 했다. ‘일과 연애하는 여자.’, ‘일밖에 모르는 독종.’ 그것이 나 한태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사실 이런 완벽한 내 삶에 남자란 필요 없었다. 남자 없이도 나는 외롭지 않았고, 혼자서도 모든 걸 잘 해결해 왔다. 관심이 가거나 끌리는 남자도 없으니 연애할 마음 따윈 들지 않았으며 결혼은 나와 딴 세계의 언어처럼 여겨졌다. 그런 내 삶에 어느 날 갑자기. 당돌하고,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저 과장님한테 관심 있어요.’ 건방지고, ‘야한 목소리도 낼 줄 아시네요?’ 매력적인, ‘아까도 분명 말씀드렸는데. 계속 그렇게 키스 해달란 눈으로 보면 곤란하다고. 곤란해졌어요, 저.’ 어린 인턴이 끼어들면서 내 삶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어린 인턴이 예쁜 마스크로 매너 좋게 웃으며, 나를 능욕하는 말을 부드럽고 달콤하게 귓가에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아찔하고 치명적인 유혹에 서서히 내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