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와 죽음만을 남긴다는 무정하고 흉포한 침략자, 주국의 황제 천조.
피로 물든 전장 속에서도 천조는 어째서인지 가국의 미장부 백문비만은 죽일 수가 없었다.
악귀라 불리는 천조에게 사로잡혔건만 백문비에게는 죽음이 허락되지 않았다.
지켜야 할 백문비의 비밀과 천조의 집착 사이에서 두 사람의 갈등과 오해는 더 깊어만 가는데…….
“황제를 능멸한 노비를 참수해 주십시오.”
“네놈이 지겨워지면 네 소원대로 너를 죽여주마. 마지막이니 그때는 네놈의 살가죽을 벗겨서라도 고통에 찬 비명 소리를 즐겁게 들어주지.”
“폐하께서 저를 꺾으려 하실수록 제가 더 독해질 뿐이라는 걸 모르시는 것입니까?”
“안다, 하나…….”
천조는 능글맞게 이죽거리며 말했다.
“내가 너 따위를 꺾어선 안 될 리가 없으니까.”
천조는 몰랐다.
가국의 장수 백문비를 향한 집착이 연모라는 것을.
사내라 여겼던 백문비에게 그런 감정을 느낄 리가 없으니까.
류도하(쇠라) - 작가연합 네이버 카페 [그녀의 서재]에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