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난

· 텐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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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내의 불장난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

주인집 도련님의 불장난으로 인해 아이를 가진 언니를 비롯해서 부모님까지 전부 불길 속에 잃어버린 해령.

타 죽어가는 그녀를 구해준 것은 다름 아닌 사람이 아닌 역신이었다.

“도와주는 대가로 내게 무엇을 줄 것이냐?”

‘뭐든지요… 뭐든지 드릴 테니까….’

“네 혼백을 내게 주겠느냐?”

목숨을 구해주고 복수를 도와주는 조건으로 혼백을 요구하는 역신.

“네 혼백을 내게 주면 너는 영영 윤회를 못 할 것이다. 저기 불에 타서 죽은 네 가족들은 죽더라도 혼백은 저승으로 가서 가시 생을 얻어 세상에 태어나겠지만 혼백을 내게 주면 너는 영영 내 것이 되어 내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나만 섬겨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좋다면 네 혼백을 내게 다오. 그러면 내가 너를 살려주고 네가 원한을 갚을 수 있게 도와주마.”

‘줄게요. 드릴게요. 혼백이든 뭐든 드릴 테니까… 제발 도와주세요….’

해령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이 아니다.

환생도 아니다.

지금 바라는 것은 오직 이 끔찍한 원한을 푸는 일이다.


“나는 죽음을 먹고 다니지. 두려움을 먹고, 분노를 먹고, 증오를 먹고 죽음을 먹지. 내 이름이 무엇이냐면….”

사내가 해령의 귓가에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내 이름은 역병이다.”


가족을 죽인 자들에게 복수를 하려는 처녀 해령.

그리고 그녀의 혼백을 대가로 복수를 도와주는 역신.

불장난의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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