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토니에르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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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다줄게.”

 

은은한 스탠드 조명만이 전부였던 방에 불을 켜자 갑자기 밝아진 불빛 때문에 설핏 인상을 쓰던 초록이 원망 어린 얼굴로 승하를 노려봤다. 승하는 그냥 모든 걸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책임지라는 말 안 해요. 내가 원한 거였으니까.”

 

방금 섹스를 한 사람들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냉랭함이 두 사람을 더욱 멀리 떨어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말로, 선생님 마음엔 내가 들어갈 자리 같은 건 없어요? 내가 다 괜찮다고 하잖아요. 아까 못 봤어요? 난 정말 괜찮아요.”

 

초록이 말한 ‘아까’라는 때가 가족들과의 식사 자리라는 걸 눈치채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차라리 그녀가 섹스를 놓고서 감정싸움을 하려 했다면 일이 더 쉬웠을지도 모른다.

애석하게도 가족들에 관한 거라면 승하는 절대적으로 객관적이었다. 특히나 지금, 아버지와 어머니가 양쪽에서 날뛰고 있는 상황에서는 무조건 침착해야 했다.

이초록 네 말대로 다 괜찮은 거면 얼마나 좋을까?

너를 잡으면, 내가 정말로 괜찮아지고 싶을 것 같아. 하지만 난 평생 괜찮아질 수 없는 사람이고, 너는 나로 인해 힘들어지겠지.

이초록, 넌 괜찮니?

 


O avtorju

‘착한 사람’들의 ‘착한 사랑’을 쓰고 싶은 이상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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