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처

· 조은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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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물적인 아버지의 반대로 생이별해야 했던 이준과 지안.

사랑의 도피를 했던 두 사람을 폭행으로 응징했던 아버지로 인해 이준은 만신창이가 되고,

지안은 이준을 지키기 위해 그와의 헤어짐을 택한다.

 

욕심이 득시글한 그녀의 아버지는 돈 때문에 원하지 않는 결혼을 강요하는데…….

지안은 결국 직장도 내팽개치고 이준과의 추억이 가득한 석계로 도망친다.

그녀는 알지 못했다. 잠시 은신하려 했던 석계에서, 이준과 재회하게 될 줄은.

 

“나는 네 연락, 기다렸다.”

“내가 너한테 어떻게 연락을 해. 무슨 염치로.”

“진짜 미안한 게 뭔지 알아? 네가 나를 기다리게 하는 짓이야.”

 

무심하게 던진 이준의 말이 애써 움켜쥐고 있던 그녀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다.

생생한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었다. 또 얼마나 아파하려고 이렇게 반가운 걸까.

 

“네가 소중하지 않아서 그랬던 건 아니야. 나 때문에…….”

“그런데 나, 이제 기다리는 거 그만하려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잃어버리고, 계절을 잃어버렸을 뿐, 사랑을 잃은 적은 없었다.

두 사람 사이 멈추었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

 

지안과 이준은 여전히 같은 곳에 머물고 있는 자신들을 봤다. 지안은 그의 눈동자에 머무는 그녀를 봤고, 이준 역시 갇힌 것처럼 그녀의 눈동자에 머무는 자신을 봤다.

서서히 서로에게 가까워진 두 사람의 숨결이 엇갈리듯 빗나갔다. 지안과 이준은 뺨을 맞댄 채 새벽안개처럼 자욱한 숨을 내뱉었다.

이준을 올려다보는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내 눈 안에 누가 있는지 봐.”

하아!

누가 내쉰 것인지 모를 탁한 숨소리가 허공으로 흩어지기도 전에 지안과 이준은 서로의 입술을 찾았다.

오크목의 단단한 조리대와 이준 사이에 갇힌 지안은 떨리는 손으로 그의 티셔츠를 붙들었다. 손을 뻗은 이준이 가스레인지의 불을 껐다. 그러고는 지안을 그대로 번쩍 안아 들었다.

견뎌온 그리움이, 그보다 더 고통스럽게 견뎌온 사랑이 봇물 터지듯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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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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