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은 느닷없이 들이닥친 의붓삼촌에게 일자리 하나를 소개받았다. “생활 비서라고 진 이사 생활을 네가 전부 책임지는 거야. 진 이사 결혼해서 와이프 생기기 전까지.” 달콤한 조건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4년째 중환자실에서 버티고 있는 엄마를 위해 주현은 돈이 필요했다. “정 못하겠으면 1년만 버티고 나오면 되잖아? 1년 버티면 1억5천이라니까?” 결국, 삶에 찌든 주현은 대경건설 이사의 생활 비서 자리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네가 이번 생활비서구나. 회장님도 참 포기를 몰라.” 그녀를 향한 남자의 길쭉한 눈이 반달 모양으로 휘었다. 천사처럼 아름답고 상냥한 얼굴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짐승 같았다. “걱정 안 해도 돼. 한 발만 싸고 샤워하면 되거든.” 그가 맹수처럼 그녀의 팔을 잡아 품으로 당겼다. “아, 그거 알아? 아침에 섹스하면 잠이 확 깨는 거.” 단번에 그에게 붙잡힌 그녀는 몸을 뻣뻣하게 굳혔다. 진승윤의 생활 비서? 아니, 김주현은 진승윤의 창녀였다. “네가 받는 돈이 그 값이야. 설마 날 깨우고 옷을 고르는 일 따위가 그 정도 가치를 한다고 생각했어?” “그게 더럽게 여자 사는 거랑 뭐가 다른데요?” “다르지.” 태연하게 대답한 승윤이 짙은 미소를 지었다. “넌 나밖에 못 쓰거든.” 절망이 발 아래에서부터 넘실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