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가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웃어 보였다.
“어떻게 이렇게 태연할 수가 있지.”
영하는 웃는 낯으로 말하고 있었지만, 그 목소리만큼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지민의 입술이 긴장으로 말라 가기 시작했다. 그제야 그가 왜 자신을 집까지 태워다 줬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구구절절 변명하고 싶지 않아서 깔끔하게 사과부터 했다.
“미안해, 영하야. 그래도 다… 지난 일이잖아.”
“다 지난 일?”
지민은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겨우 견고하게 쌓아 올린 제 현실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영하에게서 벗어나고 싶어서 그녀는 급히 조수석 손잡이를 당겼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잠금장치가 굳게 잠긴 걸 확인한 그녀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였다.
“다 지난 일이라…. 누구 마음대로 지난 일이야? 네 마음대로?”
말을 마치기 무섭게 그가 그녀의 어깨를 세게 붙잡아 홱 끌어당겼다.
“왜 이래, 갑자기!”
화들짝 놀란 지민이 그의 가슴을 밀어냈지만 영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를 오만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면서 잇새로 말을 이었다.
“8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했어. 최지민을 만나면, 뭘 해야 할까. 무슨 소리를 해야 할까.”
“…영하야.”
“어떻게 사람을 감쪽같이 속이고 숨었는지부터 물어봐야 할까? 왜 튀었냐고 물어봐야 할까? 아니면….”
그의 얼굴이 점차 가까워졌다. 코끝이 닿을 만한 거리에서 그가 서늘하게 으르렁거렸다.
“그까짓 말 따위 지껄이는 대신, 네 입술이나 빨까.”
저자 - 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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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작>
은밀한 집착. 다정한 집착. 다정한 관계. 결혼의 타당한 목적. 꿈속에서 만나요. 나의 완벽한 연인. 시간 외 진료. 결혼의 완벽한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