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야

그가 속삭였다.

“오늘을 놓치지 마. 매 순간마다 내가 잃은 게 뭔지 상기시키지 마.”

흑야는 메마른 얼굴로 똑바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울지 마.”

입을 맞추기 전 그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 아니야…… 아니야……!”

은로는 고개를 내저으며 발버둥 치며 그를 밀어댔다.

“아니야, 저리 가!”

“……내 몸이 싫어?”

“지금 죽으려는 거예요? 제발, 빌게 만들지 말아요……. 내가 알아서 해요. 제발 놔줘……, 싫…….”

그의 긴 손가락이 치맛단 속 다리를 쓸며 올라왔다.

“싫어, 안 돼, 안……! 으으으윽…….”

종아리, 무릎, 허벅지를 느른히 쓸어 올린 그 손가락이 허벅지 안쪽 살을 매만지다 이내 축축이 젖어 있는 곳을 건드렸다.

“싫어어!”

은로는 발버둥 쳤다.

하지만 흘러나온 애액이 그의 손가락을 질척하게 적시는 것을 그녀 자신도 생생히 느끼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달래듯 그곳을 가만히 어루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