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랑팔랑- 봄바람이 부는 어느 날. 차고로 향하는 그의 앞에 떨어진 체리가 그려진 앙증맞은 여자 팬티. 사이즈와 디자인으로 볼 때 별채 사는 도도한 계집애 정유하의 것이 분명하지만 권태신은 주머니에 넣었다. 훔친 게 아니라 주운 것뿐. 그날 이후 데면데면하던 두 사람 사이에 뜨끈한 기류가 흐르고. 우연히 태신과 신체접촉(?)을 해 버린 탓에 유하는 시도 때도 없이 발정하는 상황을 구경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게 된다. 궁핍한 집안 사정을 빌미로 태신은 유하에게 더 찐한 관계를 요구한다. 그럴수록 유하는 개날라리, 미친 변태, 발정 난 양아치 새끼를 향한 묘한 진심을 숨기는 일이 쉽지 않고. “입으로 빨고 좋다고 손으로 주무르고 구멍에도 넣는데 뭐가 더럽다고. 앞으로 너도 다 할 건데.” “내가 지금 길 가는 아무나 붙들고 섹스하더라도 너랑은 죽어도 안 해.” “뭐가 더러워? 나 깨끗해. 새 거야. 기능도 디자인도 훌륭하고, 힘도 좋고 모양도 예뻐. 이왕이면 새 몸이랑 붙어먹는 게 낫지 않아? 어때?” 억지로 손에 넣었고 시도 때도 없이 우는 얼굴을 보고 있으니, 이만하면 목적을 이룬 셈인데, 이젠 유하의 마음마저 소유하고 싶어졌다. “왜 어려운 길로 돌아가려고 해? 쉽고 빠른 선택이 있는데. 바로 나. 내가 너의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야. 다른 건 없어. 나를 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