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이나 또 지껄여 봐. 말없이 서 있는 널 보고 있으면 미쳐 버릴 것 같으니까.” 선영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비틀거리지 않고 이곳에서 나가야 했다. 하지만 한 발자국도 못 가서 날카로운 태희의 말에 발목이 잡혔다. “지금까지 착각하고 있나 본데. 네가 아직도 내 동생인 줄 알아?” 10년 만에 만난 오빠가, 아니 무서운 남자가, 아니 선영이 일하는 백화점의 대표인 태희가 서늘한 얼굴로 지껄였다. 좋은 말은 아니었으나 선영은 안심했다. 마지막으로 봤던 그때의 태희와 전혀 다르지 않았기에. "너랑 나, 아무 관계도 아니야. 다시 말하면 이제부터 야한 것을 해도 된다는 거지." 남모르게 품은 사랑을 들킬까 봐 선영은 눈으로 이곳을 벗어날 탈출구를 찾았다. 단단히 날이 선 태희는 민첩하고 집요했다. 딸깍. 대표실의 문이 잠겼고 선영은 짐승처럼 서 있는 태희에게서 벗어나기를 포기했다. 태희가 다가왔다. 그날처럼, 그는 치명적으로 야하고 다정했다. "나 따먹고 도망쳤으면 잘 살아야지? 이렇게 구질구질 거지꼴로 있으면 내가 미쳐 버리지. 어떻게 생각해?" 매서운 말과 달콤한 숨결이 선영의 얼굴로 쏟아졌다. 눈을 감는 것으로 그에게 모든 걸 맡기겠다고 생각했다. 커다란 손이 목을 감싸며 숨통을 조일 듯하다가 뜨거운 아래로 내려갔다.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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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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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bout the author
박연필 글로 세상과 소통하는 이야기꾼이 되고자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바쁘게 준비하는 사람. 드라마, 예능, 홍보, 영화, 모큐, 소설, 뉴스, 팟캐스트를 통해 재미와 의미를 추구하는 유쾌한 글쟁이. 트위터: @p_yeonf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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