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돈 많은 아줌마 하나 엮어줄까?" "아, 아닙니다.." 흐느적흐느적 녹아 흐르는 듯한 카바레 음악을 등진 채 나는 까닭 없이 얼굴을 붉혔었다. 그런 나를 의미심장한 눈길로 바라보며 그가 속삭였다. "학생 같은 킹카면 아줌마들이 나한테 쫙 달라붙을 거 같아서 그래. 흐흐. 춤은 출 줄 알아?" "춤이요? 못 춰요.." "배울 생각 없어?" "생각 없어요." "흐흐.. 아줌마들 노는 모습 보면 생각이 달라질 텐데. 꿩 먹고 알 먹고 아냐. 돈벌고 재미 보고! 이리 잠깐 와봐." 사실 나는 카바레라는 곳에 대해 그다지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중년의 어른들이 고객의 거의 대부분인 그곳. 빡빡한 세상살이에 재미라곤 모르고 살아가는 그들이 유일하게 자유로워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혹자는 카바레를 불륜의 온상이라고도 표현한다. 불륜.. 돌이킬 수 있는 바람이라면 한 번쯤 휘감겨 보는 것도 좋으리라. 그러나 그 바람에 휩싸인 것이 나의 어머니라면 문제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종업원은 흐느적거리는 음악과 번쩍번쩍 흔들리는 음악의 중심부로 나를 이끌고 갔다. 때마침 흘러나온 블루스 음악에 푹 젖어 든 채 서로의 몸을 비비고 주물러대는 쌍쌍의 남녀들이 보였다. 그 순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뿐이었다. 후끈하고 음탕해 보이는 열기에 취해 같이 흐느적거리던가, 멀리로 도망쳐 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이상할 정도로 확 다가든 어떤 여자의 얼굴 위에 눈길을 못박아둔 채 그 어떤 선택도 할 수가 없었다. 나의 어머니가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지금쯤 백화점 의류 코너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어야 할 어머니가.. 세상 그 어떤 여자보다 정숙하다고 믿어온 나의 어머니가.. 어머니의 파트너는 말끔한 양복 차림의 신사였다. 보통 키에 보통 체격을 가진 그는 두 손으로 어머니의 엉덩이를 주물러대는 중이었다. 어머니와 사내의 밀착된 사타구니.. 나는 감당 못할 충격과 절망 속에서 어머니를 보았다.. -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