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사서로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선우희. 어느 날 갑자기 고고학과 교수, 정시현이 그녀에게 다가온다. “어서 기억해 내. 기다리는 건 이제 정말 지긋지긋하니까.” 일방적으로 이상한 말만 내뱉는다. 희가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한 발 물러섰다. 시현이 쓴웃음을 지었다. “내 비가 화를 내는 건 나도 원치 않으니까, 하나만 알려 주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이야.” 도대체 알려주는 게 뭐 이따위인지 모르겠다. 희가 인상을 팍 쓰자 시현은 손을 내밀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다시 한번 속삭였다. “나는, 너를, 절대로 놓지 않아.” 그 말보다 훨씬 더 희를 혼란스럽게 한 것은 정시현의 손길이었다. 그의 손이 닿는 순간, 며칠 전의 꿈이 떠올랐다. 꿈속에서 희를 쓰다듬었던 그 손길과 똑같았다. 희의 평범했던 일상에 자꾸만 끼어드는 이 남자.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이천 년을 기다려왔다는데-. “어서 와, 그대. 이 기다림의 지옥에서 나를 구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