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작이 오가이가 20대에 쓴 것인 반면, <인신매매 산쇼 다유>는 작가의 나이 53세 때 작품이다. 삼부작과 마찬가지로 <인신매매 산쇼 다유>와 <최후의 한마디>도 역시 어린 소녀들이 이야기의 핵심을 끌고 가는 주인공이다. 앞의 작품이 독일이 무대였던 것과는 달리, <인신매매 산쇼 다유>는 그 배경이 헤이안 시대(794∼1192)고, <최후의 한마디>는 에도 시대(1603∼1867)다. <인신매매 산쇼 다유>는 안주가 어머니, 남동생, 하녀와 함께 쓰쿠시로 간 후 소식이 끊어진 아버지를 찾아 집을 나섰다가 인신매매꾼에 속아 어머니와 헤어지고 동생과 함께 산쇼 다유의 저택으로 끌려와 노비가 되어 지내게 되는 이야기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이 책에 실린 오가이의 다섯 작품은 모두 스무 살 미만의 어린 여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그녀들은 나이는 어리지만 자아가 투철하다. 귀족인 이다 아가씨는 물론이고,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가련한 소녀들도 비굴한 데가 없이 고결하고 당당하다. 여리고 따뜻한 마음을 지녔으면서도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비판할 줄 아는 판단력과 함께 자기주장을 행동으로 옮기는 개성이 돋보인다. 오가이와 나란히 언급되면서 늘 비교가 되는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여주인공들이 대부분 단조롭고 수동적인 것에 비해 오가이의 그녀들은 생동감이 넘치며 능동적인 것도 흥미롭다.
오가이는 남성들이 지배했던 사회의 모순이나 부당한 권위 등을 현명한 여성을 그려내어 고발하고 있는가 하면, <마리 이야기>에서 보듯이, 국왕의 횡사에는 신문이나 사람들이 크게 관심을 가지고 떠들어대지만 같은 시각에 죽은 불쌍한 소녀에 대해서는 “아무도 묻는 이가 없었다”라고 꼬집기도 한다. 이들 작품이 오늘의 독자에게도 고전으로서 많은 사랑을 받기를 원하면서, 천재이면서도 성실한 오가이를 길러냈던 어린 날의 교양 있는 할머니와 대단히 다부졌던 어머니의 애정과 교육이 그의 여성관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