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에는 폭력적인 장면, 강압적인 관계, 선정적인 단어, 비도덕적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구매 시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제 와 돌이켜 보면, 그는 언제나 나의 웃는 얼굴보다는 우는 얼굴을 기쁨과 행복보단 슬픔과 불행을 사랑해 마지않았다. *** 발아래 땅조차 움푹 꺼져 드는 삶에서, 간신히 발끝으로 딛고 서 있던 것은 언제나 그였다. 권태헌. 내 생의 첫 기억이자 유일한 구원이며 마지막 땅. “어차피 대 줄 거, 낯 모르는 새끼들보단 아가씨 기른 보모한테 대 주는 게 낫지 않겠어?” 더 이상 그는 내 보모가 아니었지만, 이번에도 그가 나를 구원하리라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그 몸, 나한테 팔아. 기꺼이 사 줄 테니.” 낮에는 그에게 안겨 빚을 갚고, 밤에는 잃어버린 기억을 더듬는 삶. 어릴 적, 악몽에 시달릴 때마다 그를 찾던 날과 다르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오직 하나. 채권자와 채무자가 된 우리의 관계뿐. “어떻게 나랑, 흣, 이렇게 해? 나…… 다 봤잖아. 어릴 때부터.” “내 말이.” 속살거리는 잔인한 음성이 더없이 다정했다. “그래서 내가 질 낮은 깡패 새끼 못 벗어나는가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