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동생의 혼처가 결정되었다. 북주의 명성 높은 장군 태경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이복 누이동생이 있다. 오만하고 냉정하기로 유명한 태경이지만, 제 손으로 키운 은화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은화의 혼처로 정해진 곳은 북주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후주의 왕실이었다. 나쁘진 않은 혼인이었다. 부유하기로 소문이 난 후주의 왕실, 그것도 태자비로 시집을 가게 된 거다. 태경은 누이의 혼례를 보고 돌아올 생각으로 누이와 함께 후주로 간다. 그리고 후주의 궐에서 그 여자를 만나게 된다. 경월. * * * 경월은 후주의 공주다. 그것도 후주 최고의 가문 출신 왕비의 몸에서 태어난 유일한 후계이자, 장녀다. 당연하게도 경월에게는 적통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게다가 어머니 서거 후 주인이 없는 내명부의 기강을 잡을 사람이 오직 자신이라는 책임감도 있다. 줄줄이 있는 피붙이 중, 경월이 유난히 아끼는 동생은 후궁에게서 태어났지만 태자로 책봉된 영후다. 영후의 생모는 후궁 첩지도 받지 못하고 연 부인이라는 이름으로 살다 영후를 낳고 산통으로 죽었다. 경월의 생모인 왕비 역시 경월을 낳다 죽었고, 연 부인이 그녀를 살뜰히 돌봐주었다. 그래서 경월도 저처럼 어미를 일찍 여읜 영후를 친동생처럼 여겼다. 그녀의 영향력으로 인해 영후는 다른 왕자들을 제치고 태자가 될 수 있었다. 하여, 태자라고 하지만 영후의 입지는 아직 약했다. 그러니까 자신이 지켜 줘야 한다는 걸, 경월은 알고 있다. 그런데 영후의 아내가 될 여자가 정해졌다. 이름은 들어 본 북주 장군의 누이동생이라고 한다. 그 예비 태자비가 북주에서 후주로 온 날, 경월은 그 사내를 만난다. 예비 태자비의 오라비, 태경. 만나는 순간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본다. 천적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극이다. 길지 않은, 궐에서의 동거가 시작되고 태경과 경월은 사사건건 부딪친다. 태경은 경월이 제 누이를 무시하는 것이 싫고, 경월은 태경이 제 동생을 깔아보는 것이 싫다. 안 되겠다. 이 혼인을 파탄 내는 수밖에. 사사건건 부딪치는 두 사람과는 달리 영후와 은화 사이에서는 이미 푸릇한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사랑조차도 꼴 보기 싫다. “왜 오라비의 말을 듣지 않느냐!” “왜 누이 말을 듣지 않아!” 태경과 경월은 각자의 동생에게 화를 내고. “이런 혼인은 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같은 결론을 내리기에 이른다. 이 상극이고 천적 같은 두 사람을 극복하고, 영후와 은화는 무사히 결혼할 수 있을까. 그리고 천적으로 태어났다는 태경과 경월의 운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