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이면 1460일이야. 내가 당신을 그리워했던 시간 1460일.”
경주와 태주.
똑같이 ‘주’ 자 돌림인 그들에겐 공통 분모가 있었다.
둘 다 고아였다.
비록 선 자리에서 만난 사이지만,
태주와 결혼하고 나서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느끼게 된 경주.
하지만 그 일상은 오래가지 않아 깨져 버렸다.
“여보, 당신 잠시 어디 좀 가 있어야겠어. 사업이 좀 안 좋아져서. 그래서 빚이 좀 많았는데…….”
“당신 회사 다니잖아요. 그런데 사업이라뇨?”
“거짓말해서 미안해.”
남편이 충격적인 고백과 함께
섬으로 도망치라며 그녀의 등을 떠밀었다.
그에 얼떨결에 온 ‘돌섬’.
다 쓰러져 가는 폐가를 정리해 여인숙을 차린 경주는
남편을 끝없이 기다렸고, 드디어 그가 나타났다.
태연하게 웃으며, 치킨을 사 들고.
“안녕, 여보.”
무려 4년 만에.
*
“안녕, 여보.”
태주가 환하게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마치 어제 집을 나섰다가 지금 돌아온 것처럼 말이다.
4년이 아니라 4시간 전에 집을 나섰다가 돌아오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환하게 웃으면서 지금 제게로 걸어오고 있다.
여보?
여보오오?
여보오오오오?!
그렇다.
저 남자는 경주의 남편이다.
4년 내내 행방불명에 연락 두절이었던 남편이다.
4년.
4년이다.
4년 동안 사라졌던 남편이 지금 아무렇지 않게 마당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밤마다 자위나 하게 만들었던 남자가, 자신을 이 섬에 푹 처박아 놓은 남자가 말이다.
“당신하고 먹으려고 치킨 사 왔는데.”
남자가 캐리어를 쥔 손 반대편 손에 들고 있던 치킨 봉투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 경주의 이성이 마비되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 와?! 이 개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