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입술을 보면 키스하고 싶어져. 미친놈처럼 말이지.” 재휘의 손가락이 그림을 그리는 듯 서현의 입술을 부드럽게 더듬거렸다. 손가락이 닿은 입술이 불에 덴 것처럼 화끈거렸다. 열은 입술로 시작해 온몸으로 퍼지더니 가장 은밀한 곳에 도착했다. 말 못 할 곳이 욱신거리자 믿기지 않았다. “아….” 재휘는 서현이 어디론가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손가락에 깍지를 끼웠다. 심장이 가파르게 펄떡거렸다. 곧 입술이 닿았고, 폭풍 같은 키스가 지나쳤다. “이런, 그 새끼한테 잘 보이려고 정성스럽게 화장했는데 망쳤네.” “꼭 이렇게 해야 만족하나요?” “싫으면 지금이라도 그만둬. 잡지 않을 테니까.” “하, 제가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고작 이 정도에 그만둘 여자로 보였나요?” “그럼, 얌전히 날 받아들여. 영감님 눈치는 그만 보고. 널 나한테 보낸 건 눈감아준다는 뜻이니까.” 순전히 오해였다. 윤 회장은 그의 사생활이 밖으로 퍼지지 않게 수행비서를 하라는 뜻이었다. 덧붙여 회사에 적응할 수 있게 보필하라는 뜻도 있었다. “회장님 선의를 그렇게 받아들이면….” “선의는 무슨, 웃기지 말라고 해. 지끈거리는 내 아랫도리 그만 휘두르고 회사에 잡아 놓으려고 한 거지.” “……!” 눈빛은 짐승이 되어 잡아먹기 전인데, 그는 전혀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차갑기 그지없었다. “윤정호가 애 딸린 이혼남이라고 해도, 영감님은 김 비서를 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그건 누구보다 김 비서가 더 잘 알겠지만.” 서현은 깊은숨을 내쉬었다. “그런 마음먹은 적…. 없어요…난 난….” “너한테 어울리는 짝은 따로 있지. 암묵적으로 회장님도 허락한.” “……네?” “나.” 서현은 제 귀를 의심했다. “지, 지금 무슨 말을….” “너도 좋잖아. 여러 번 나랑 붙어먹어봤으니까.” 그는 서현의 턱을 부드럽게 쥐고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비틀린 미소 너머로 알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쳤다. “결혼해. 내 애를 낳을 여자는 김서현, 너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