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요?”
“누굴 만날 여유 없다는 거, 여전해요?”
희수는 대꾸를 삼갔다.
어떠한 심적 변화를 기대하기에 사흘은 지극히 짧은 기간이었다.
현욱도 그걸 몰라서 물은 건 아닐 터였다.
고개를 주억거린 그가 이어 말했다.
“여기서 매달리면 부담스럽기만 할 테고.”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 듣자는 거 아닙니다. 다만 내가 제안을 하나 하고 싶은데.”
“제안… 이라뇨?”
“은희수 씨.”
나직이 불린 이름에 희수는 숨을 죽였다.
현욱의 새까만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도 형형했다.
“곤란한 상황이라면 날 이용하는 건 어떻습니까?”
“네…?”
“기꺼이 이용당해 줄게요. 은희수 씨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진지한 말투, 침착한 표정.
그러면서도 그 너머로 고스란히 엿보이는 일말의 간절함까지.
현욱의 모든 것에 압도된 희수가 아랫입술을 질끈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