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일은 한꺼번에 일어났다.
남자 친구 민준의 파혼 선언에 아버지의 자살까지.
‘이건 자살이 아니야. 타살이야.
분명 대주 그룹 김성동 회장과 김민준이 저지른 일이야.’
심증은 확실했지만 물증이 없었다.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
대주에게 복수할 힘을 가진 사람이자,
이제는 적이 되어 버린 남자, 권도하였다.
“복수하고 싶습니다. 제가 전무님께서 회사를 물려받으실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 뭐든 하겠습니다.”
“날 그렇게 도와주고 싶어요?”
묻는 그의 얼굴은 지독하게 차가웠지만,
목소리에선 왠지 모를 열기가 느껴졌다.
“네, 제가 하겠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이 남자 눈에 들기 위해서는 그를 만족시켜야 했다.
그래야 서진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었으니까.
“그럼 내 무릎에 앉아 봐요.”
도하가 나른한 눈빛으로 말문이 막힌 서진을 응시했다.
“이런 것도 못 할 거면서. 내 아이 낳아 줄 수 있겠어요?”
음탕하다 못해 배덕한 제안을 서진은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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