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집 2

· 윈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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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랗게 질린 채 폭탄을 터뜨려 놓고 나가는 그의 뒤를 쫓았다. 어찌나 걸음이 빠른지 밖으로 나왔을 때 그는 이미 정원 한가운데를 지나치고 있었다. “저, 저기요! 채, 채강헌… 씨!”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 같던 그가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우뚝 멈추어 섰다. 그리고는 천천히 몸을 돌린다. “자, 잠깐… 잠깐만요!” 절뚝이는 다리로 최대한 빠르게 걸어 그의 앞에 섰다. 고작 조금 뛰었다고 숨이 차올랐다. 거친 숨결을 진정시키려 숨을 몰아쉬는데 들썩이는 가슴에 그의 시선이 닿았다. 목덜미까지 붉어진 채로 입술을 깨물고 그를 노려보았다. “불러 놓고 왜 말을 안 해?” 할 말이 있으면 빨리 얘기하라고 재촉하는 바람에 그를 왜 쫓아왔는지 떠올랐다. “저, 저는… 괜찮… 으니까… 소, 소희랑 결혼하셔도….” 차가운 시선에 주눅이 들어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왜?” 그걸 진짜 몰라서 묻는 건가? “내가 왜 네 뜻을 따라야 하지?” “…네? 아… 그, 그게…….” “난 이미 정했어. 그러니까 그만 튕기고 내 말대로 해.” 그의 새까만 동공이 정확히 왼쪽 뺨에 내려앉았다. 화장으로 가린다고 가렸는데 티가 난 걸까? “결혼식은 최대한 빠르게 할 거야.” 역시 착각이었나 보다. 우연히 본 걸 가지고 괜히 뜨끔한 것뿐. 그의 표정은 고요했다. “왜… 왜… 저 같은 거랑…….” “…….” “저, 저는 다리도 절, 절어요…. 말도… 더, 더듬고….” 그가 피식 웃는 바람에 입을 닫았다. 아니, 손을 뻗어 볼을 매만지는 그 때문에 말문이 막혔다. “꼴려서.” …잘못 들었나?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그러나 착각이 아니라는 듯, 그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꼴린다고.” 어깨가 딱딱하게 굳고, 눈물이 차올랐다. 갑자기 거리를 좁힌 그가 고개를 숙이더니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우는 거 보니까 하고 싶잖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는 걸 빤히 보더니 피식 웃는다. 어깨를 흠칫 떨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단정해 보이는 얼굴과는 다르게 질 나쁜 단어에 심장이 철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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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명 : 오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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