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터가 무언가를 팔랑팔랑 흔들면서 말하자, 레이라가 퍼뜩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의 검지와 중지 사이에는 레이라가 정성 들여서 만들었던 고백 대기표가 들려 있었다. 멍하니 그의 왼손을 바라보던 레이라가 뒤늦게 풍성한 꼬리를 흔들어 대면서 열성적으로 소리쳤다. “저요! 저! 왕자의 여자 친구가 되고 싶어요!” “흐음. 그래요? 아가씨는 잘하는 게 뭐죠?” 두 눈을 가늘게 체스터가 짐짓 심술궂게 웃으면서 묻자, 레이라가 기다란 황금색 귀를 팔랑거리면서 제자리에서 콩콩 뛰었다. 심지어 못된 말을 할 때조차 선해 보이는 체스터의 아름다운 얼굴이 너무 좋아서 절로 심장이 부르르 떨려 왔다. 아, 어떻게 해! 너무 좋아! “전 무수 국가 대표 선수라서 싸움도 잘하구요. 힘도 세구요. 또 왕자를 좋아하는 걸 잘해요. 저는 왕자를 좋아하는 사람 중 세계 1위예요!” 두 눈을 힘주어 뜬 레이라가 제 입술을 날름날름 핥아 대면서 대답하자, 체스터가 섬세한 눈썹을 들어 올렸다. “우리나라엔 왕자가 세 명이나 되는데…….” “체스터 왕자님이요! 까맣고 예쁜 귀에, 검고 섹시한 꼬리를 한 왕자님이요!” 레이라의 대답이 퍽 마음에 드는 듯 체스터가 긴 꼬리 끝을 좌우로 살짝 까딱이며 재차 물었다. “여자 친구로 괜찮은 거예요? 더 바라는 건 없고요?” “개인 경호원도 되고 싶어요!” 자박. 레이라 앞으로 한 발자국 더 다가선 체스터가 긴 속눈썹을 드리운 채 나지막이 물었다. ‘정말 그런 소박한 바람밖에 없는 거야, 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