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하고 결혼하죠.” 채담은 넋을 놓은 채 남자의 반듯한 얼굴을 쳐다보았다. “저기요. 초면에 이런 말을 하는 거 실례인 줄 알지만……, 미치신 건 아니죠?” “돈이 부족해서 그래?” 황당하고 어이없는 상황에 채담은 고개를 내저었다. “나 같으면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을 거 같기도 하고.” “그 기회라는 게 조금 무모한 것 같아서요.” 우검의 반듯한 미간이 살짝 휘어졌다. “무모하다? 내가 그 사채 빚 다 갚아 주면 무모하다는 말, 취소할 겁니까?” 그 말에 채담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그를 보았다. “왜요?” “결혼할 거니까. 그쪽이랑.” “시간 많지 않아요. 오늘이 생각할 수 있는 마지막 날입니다.” 그의 말대로 어쩌면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지긋지긋한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 지금은 그녀가 처한 상황이 좋지 않아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도 사치라 생각하며 남자에게 벽을 치고 있었다. 하물며 아무것도 모르는 낯선 남자와 1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한다는 건 말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그냥 딱 1년만 고생할까?’ *** 하지만……, 짜릿한 키스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 타이밍에 승무원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맞닿아 있던 입술이 떨어졌다. 잠시 어색한 공기가 두 사람 사이에 맴돌았다. 여전히 그가 채담을 빤히 쳐다보고 있어, 채담은 시선을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몰랐다. 갈 곳 잃은 시선이 이리저리 흔들리자, 우검이 손가락을 뻗어 그녀의 입술에 묻은 타액을 부드럽게 훔쳤다. 그의 손가락이 입술에 닿자, 입술이 닿은 것처럼 미열이 느껴졌다. 여전히 그녀의 시선은 갈 곳을 잃고 방황했다. 그런 채담을 물끄러미 보던 그가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키스까진 허락한 건가?” “…….” 허락하려고 한 건 아닌데 이미 웨딩 촬영을 하며 허락해 버렸으니 어떻게 대답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입술만 달싹이고 있자 우검이 고개를 돌려 보던 책에 시선을 집중했다. “키스를 허락하면 곤란한데.” “네?” “키스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수도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