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를 본 순간, 장미는 숨을 들이켰다. “나를 만나서 반갑다고 키스해주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알고 왔느냐는 식의 물음은 자제해줘야지. 안 그래?” 다니엘 리치, 그녀의 몸과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던 바로 그 남자. 그의 파란 눈동자가 그녀를 뚫어지게 겨냥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백산과 계약을 할지 말지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서 내걸 조건이라고나 할까?” “조, 건이라니 어떤…….” “내 침대를 뜨겁게 달구어줄 여자가 필요해. 그 여자는 꼭 로자였으면 하고.” “…….” 다니엘은 파란 눈동자로 여자를 유혹하듯 응시했다. 여자가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그의 손길과 키스에 걷잡을 수 없이 반응하게 될 자신이 장미는 두려웠다. 피렌체에서의 3일 동안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그녀는 결심한 듯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죠. 단, 그 전에 나도 조건이 있어요.” “제법인데, 로자. 원하는 조건은?” “나의 후견인이 되어 주세요.” 그녀는 스스로를 정당화시켰다. 이건 단지 비즈니스 관계에 불과할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