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광이 벼려낸 ‘잡학사전’ 수많은 지식 속에서 ‘내 마음대로’ 당당하게 가려 뽑은 ‘괴짜 교양사전’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은 책이라고? 사실 여러분도 금세 눈치 챘겠지만 이 책에는 세상의 모든 지식이 절대 담겨 있지 않다. 이 책에는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쳐와도 인류의 진보를 믿으며 활동했던 참 인간, 눈앞에서는 손해가 올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인류의 발전에 기여한 이론들,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탁월한 지성의 역사가 실려 있다. 정치, 경제, 철학으로부터 역사, 예술, 과학에 이르는 분야에서 인류가 이룩해 온 모든 지식과 지성의 발자취가 두루 포함되어 있다. 반면에 왜곡된 사실이 참으로 둔갑해 온 역사, 지성의 탈을 쓴 독선과 야만의 폭력, 평화보다는 전쟁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하는 모순의 극치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사상의 한계, 지성의 한계, 사고의 한계를 깨주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지식들이 가득 고양이 한 마리를 산 휘딩턴이 어떻게 600년에 걸친 자선사업의 실마리를 마련했는지, 베토벤은 왜 죽기 25년이나 전에 유서를 써 두었는지,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제자들은 왜 스승이 죽자마자 그 목을 자르고 시신을 솥에 넣고 삶아 버렸는지, 세례당 문 부조 현상공모에서 브루넬레스키는 기베르티에게 패했지만 역사는 그의 이름을 기베르티의 뒤에 놓지 않았는지, 칼뱅의 후학들이 칼뱅에 의해 화형당한 세르베투스의 속죄비를 세운 까닭은 무엇인지, 왜 그 시대는 무정부주의자란 이유만으로 사코와 반제티에게 살인죄를 뒤집어 씌웠는지... 세상의 모든 지식을 해석하는 능력, 그걸 키우는 힘! 책 읽는 즐거움은 ‘머리를 둘러싸고 있는 지식의 한계, 상상의 한계, 지성의 한계, 사고의 한계가 탁(!) 깨질 때’ 극한까지 간다. 이렇게 한번 자신의 한계가 깨지고 나면 삶은 더 풍요로워지고 다른 책을 읽고 이해하는 데 훨씬 수월해진다. 물론 남들이 주는 객관적 지식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스스로의 판단과 비판력이 형성되는 것은 가외의 수입이다. 책에 수록된 135개 항목은 그 한계를 깨주는 지식들이다. 이 책은 잡다한 지식의 편린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구명究明하는 데 필요한 지식의 본질, 삶의 근원, 사회의 근본을 천착하는 지식이 가나다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모든 항목에는 그림이나 사진, 도표, 지도가 함께해 쉽지 않은 지식을 단박에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깊고 넓은 지식을 다루는 저자의 날카롭지만 따뜻한 해석이 돋보이며, 무엇보다도 재치 있는 글쓰기로 인해 무척 재미있다!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한편 아무나 책을 쓸 수는 없음을 알려 주는 책이다. _김성희(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