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에요. 정복자.”
정혜유는 전시회장에서 우연히 한 남자와 재회하게 된다.
온 몸의 신경과 세포들이 부서지고 정신까지 산산이 조각났던 그 시절.
인생 전부가 파탄에 이르지 않도록 자신을 구해주었던 남자, 민신현.
그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를 다시 만나 상처를 들쑤시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에게 거짓말을 했는데…….
“당신은 나한테 두 가지 실수를 했어.”
“두 가지 실수요?”
“하나는 당신이 정혜유라는 것을 속였다는 것, 또 하나는 바꿔 말한 이름이 정복자라는 거.”
“무슨 말이에요?”
“그 이름으로 인해 당신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거든. 날 바보로 만든 대가는 꼭 치르게 될 거야.”
그에게 들켜버렸다.
김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