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그룹과 S그룹. 두 재벌가의 결합. 세기의 결혼식을 한 시간 놔두고 신부가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발칵 뒤집힌 결혼식장. 그때 언니 대신 결혼하겠다고 유유히 손을 든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동생 우희였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집안을 위해서 이 결혼을 했다고?”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그냥 민재헌이라는 사람 그 자체요.”
분명 회사를 위한 정략결혼이었는데. 재헌은 뭔가 이상했다. 단단히 잘 못 걸린 느낌. 쪼끄만 게 겁도 없이 들이대는데 어째서인지 자꾸 끌려간다.
“혹시 아직도 나 좋아해?”
“그걸 이제 알았어요?”
당황할 새도 없이 몰아붙인다.
“있잖아요, 재헌씨.”
“...”
“나는요. 이제부터 아주 잘해볼 생각이에요.”
“뭘?”
“재헌씨랑 나 말이에요.”
재헌의 삶에 착실히 스며드는 영리한 공략은 계속된다. 사람을 쥐락펴락, 들었다 놨다. 시부모님은 물론 비서실 직원들까지 순식간에 홀랑 넘어가 버렸다.
“나랑 자요.”
결국 선을 넘고야 마는 도발. 수만 가지 생각을 뒤로한 채 무겁게 입을 열었다.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멈추는 거 없어. 처음이라고 봐주지도 않을 거야. 그래도 괜찮겠어?”
강렬하게 이어져 있는 시선. 재헌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이리 와.”